아침형 인간이 되려다 침대랑 화해한 썰

“이제부터 난 아침형 인간이 될 거야.”
내가 이 다짐을 처음 한 건 작년 11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후회, 회사 지각 5분 전. 나는 그날도 커피를 들고 택시에서 눈물을 흘리며 출근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하지만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유튜브에서 ‘아침형 인간 되는 법’ 영상을 줄줄이 봤다. “첫날은 1시간만 일찍 일어나 보세요”라는 말에 감명받아, 평소 8시 기상에서 7시로 시계를 맞췄다. 알람도 평소보다 5개 더 늘렸다. 전날 밤, 침대에 누워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렇게 외쳤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나는 성공한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다시 침묵. 내가 일어난 건 8시 15분이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는 포부는 그렇게 처참히 무너졌다. 사실, 그날뿐만이 아니었다. 7일 중 5일은 침대와 나의 애증의 줄다리기였고, 나머지 2일은 ‘기적적으로 일어난 날’이 아니라 ‘강제로 깬 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나마 일찍 일어난 날 아침 루틴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간단히 스트레칭하고, 물 한 잔 마시고, 거실 창문을 열었더니 상쾌한 공기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자주 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침대형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침대에서 책 한 페이지를 읽거나 메모 앱을 켜서 하루를 정리하는 게 더 현실적이었다. 오히려 그런 날이 하루를 더 잘 이끌었다.

완벽한 아침형 인간은 아니더라도, 나는 내 방식대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거창한 루틴보다 내 리듬에 맞춘 루틴이 더 오래간다는 걸 느끼고 있다.

결국, 아침형 인간이라는 건 6시에 눈 떠 스무디 마시고 요가하는 게 아니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그게 진짜 아침형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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